본문 바로가기

Blog

3년차 안드로이드 개발자의 런던(백수)생활 100일 회고

반응형

글 시작하기에 앞서 한국에 계신 분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안전하게 잘 지내세요.😢

 

한 달에 100만원을 주고 칩거생활한 지 3달 만에 찾은 산책 장소

10월 말 한국에서 퇴사하고, 2주 만에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연고 없는 런던에서 생활한 지 100일이 되었다. 개발자로서, 그냥 워홀러로서 어떤 걸 배우고 느꼈는지 회고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글을 쓴다. 뭔가... 꿀잼과 노잼이 섞인 꿀노잼의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배운 것들 + 경험한 것들 📚

결국 마주한 DI

모든 Job Description에 Dagger2는 빠지지 않았다... 밥 벌어 먹고 살려면 이거는 꼭 해야겠구나 싶어서 내가 자주 듣는 CodingWithMitch 유튜버의 Dagger2 강의를 들었다. 그렇지만 강의를 듣는다고 해서 듣는 족족 이해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러닝 커브가 심하다는 얘기는 듣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이해 안 될 일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1.5~1.75 배속으로 한 번 들은 후에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있었던 프로젝트나 면접 과제 등에 적용해 보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개념들에 대한 영상을 한 번 더 들었다. 한 3번쯤 엎어 버리고 새로 시작하면서 이게 왜 필요한 작업인지 라인 바이 라인으로 뜯어가면서 이해 안 되면 다시 개념 영상으로 돌아가서 공부하고... 그렇게 반복 공부를 했더니 어느 정도 길은 잡힌 것 같다. 하지만 혼자 해보는 거랑 실무에서 적용해보는 거랑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실무에서 마주치면 긴장될 것 같다.

 

링크 : Dagger 2 on Android: Getting Started

같이 마주한 MVVM (AAC ViewModel)

모든 Job Description에 MVVM은 빠지지 않았다... 밥 벌어 먹고 살려면 이거는 꼭 해야겠구나 싶어서 (네... 복붙입니다.) Google Android 팀에서 관리하는 Architecture Sample을 또 뜯어보기 시작했다.

 

링크 : android/architecture-samples

 

android/architecture-samples

A collection of samples to discuss and showcase different architectural tools and patterns for Android apps. - android/architecture-samples

github.com

하다 보니... 또 부족한 것들이 자꾸 보여서...또다른 Google Android의 레파지토리 sunflower를 참고해가며 Room이나 ViewModel을 공부했다.

 

링크 : android/sunflower

 

android/sunflower

A gardening app illustrating Android development best practices with Android Jetpack. - android/sunflower

github.com

얼떨결에 공부한 MVI

처음 언급한 CodingWithMitch의 유료 코스 중에서 내가 필요한 기술 스택을 다룬 코스가 있어서 그걸 쭉 따라가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MVI 패턴이었다. (Model-View-Intent) View의 State를 관리해서 리액티브 하게 짜는 아키텍처였는데...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아직 이거까지 할 여유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MVVM 패턴 자체가 구글에서 AAC를 제공하면서 정석적인 패턴을 제시해 준 건데 (거기서 더 발전시킨 형태가 MVI이긴 하지만) 구글이 원하는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난 공부를 지금 이 시점에 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영국 현지 회사들의 Job Description을 보면 거의 대부분 MVVM이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안 필요한 건 버리고 가야 했다. 절대 제가 이해 다 못 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

아직 공부 중인 TDD

모든 Job Description에 TDD은 빠지지 않았다... 밥 벌어 먹고 살려면 이거는 꼭 해야겠구나 싶어서 (네... 복붙입니다.(2)) 시작했는데... 이렇게 큰 세계가 있을 줄 몰랐다. Espresso와 Unit Test 공부하고 나서 내 CV 스킬 항목에 TDD 항목을 추가했는데... 실제로 내가 받은 면접 과제에 적용해 보려니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나중에 더 공부하고 보니 내가 공부했던 거는 정말 정말 극히 일부분이었다. 진짜 TDD 한다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그래서 요즘은 무조건 TDD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TDD 기초적인 부분은 역시 나의 랜선 은사님 Mitch의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했다. (UI Tests 코스는 무료이고 유튜브 채널에서도 볼 수 있다. Unit Tests는 유료 코스!)

비즈니스 영어 + 전화 영어

생각보다 헤드헌터들한테 연락이 정말 많이 왔다. 특히 새해가 되고 나서는 하루에 3통 정도는 계속 헤드헌터들이랑 연락을 했고 크리스마스 + 뉴 이어 시즌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현지 회사들이 채용을 엄청 활발히 하기 시작했다.

3달 간의 취준 생활을 하면서 영어는 메일을 주고 받을 때 사용하는 비즈니스 영어가 정말 많이 늘은 것 같다. 그리고 전화 영어는 사실 아직도 어렵다. 전화를 하면서 들을 때는 사실 안 들릴 때가 많아서 영어보다는 연기가 더 늘었고, 통화가 끝나고 나서 뭔가 '아... 이거 이 얘기였나?' 싶으면 메일이나 링크드인 메시지로 다시 더블체크했다. 런던은 워낙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영국 영어만 공부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또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은 나의 K-공교육 악센트를 잘 알아듣지 못했다. 오히려 정통(?) 한국 악센트로 딱딱 끊어서 말할 때 더 잘 알아듣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 영어를 하게 되면 자신감이 자동으로 하락해서 작게 말하는 탓도 큰 것 같다.

런던 현지 개발 세미나 3회 참석 (Starling Bank, Revolut, ASOS)

한국에서도 안드로이드 테크 세미나는 거의 NPC 수준으로 참석했었는데, 여기서도 예외는 없었다. 😏 나의 유일한 외출... 유일한 낙... 다른 사람들은 뭘 공부하고 사는지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 하다 못해 영어 듣기 트레이닝이라도 된다. 혹시 외국에 잠깐이라도 나갈 분이 있다면 meetup 앱을 깔아서 여행지 근처에 컨퍼런스가 열리는지 보고 참석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만한 동기부여가 없다. 한 번은 어떤 발표자가 나보다 2살 어렸는데(아직도 유교걸 마인드를 못 버려서 자꾸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나이 계산을 하게 된다...) 리드 엔지니어인 걸 보고 엄청 자극받았다. 어린 나이에 회사에서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도 존경스러웠다. 매번 세미나를 갈 때마다 기승전 열심히 살아야지/집 가서 공부해야지로 종결된다.


배워야 할 것들 + 개선해야 할 것들 🔨

다양한 액센트의 영어 리스닝 실력

진짜 런던에 떨어지고 나서 지금까지 뼈저리게 느낀다. 내 시야가 너무 좁았었음을... 많은 콘텐츠를 접하면서 리스닝 실력을 늘려야겠다. 본의 아니게 넷플릭스 한글 자막이 없는 콘텐츠를 보면서 조금씩 느는 것 같긴 하지만 아직 멀었다.

TDD

개인 프로젝트 하면서 하나씩 복기(?)하듯 공부 중이다. (혹시 좋은 참고 자료 있으신 분 있으시면 댓글이나 DM 보내주세요...🙏) 한 회사 면접 당시에 시니어 개발자의 참관 아래에 페어 프로그래밍 비슷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TDD를 정석대로 못하는 게 바로 티가 났는지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 보라는 가이드를 많이 받았다. 갈 길이 아주 아주 멀다.

순공 시간 확보

면접 과제나 위에 언급한 공부들을 진행하면서 하루가 너무 짧았다. 특히 외식을 거의 안 하고 요리를 하고 먹고 사니까 밥 먹는데에도 시간이 너무 들어가서 시간이 엄청 새어나갔다. 그러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을 읽고 이거다 싶어서 3주 정도 넘게 아침 6시 전후로 일어나고 있다. 한 달이 지나면 그건 습관화가 되어서 며칠 틀어지더라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어느 하루 일정이 너무 많다 싶으면 4시 30분까지도 일어나지는 진짜 미라클을 경험했다...

그리고 BeFocused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뽀모도로 공부법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나 같이 순간 생각의 흐름이 휙휙 바뀌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것 같다. 25분을 공부하고 5분 휴식을 갖다가 4번째 공부가 끝나면 15분 긴 휴식이 주어진다. 나는 내 일을 하다가 갑자기 '어, 이거 해야지!'하고 삼천포에 정말 엄청 진짜 잘 빠지는 편이어서 나를 묶어 둘 장치가 필요했다. BeFocused는 내가 얼마나 집중했는지 정말 잘 보이기 때문에 나 자신한테라도 부끄러워서 25분은 꾹 참게 된다. 저처럼 산만... 아니, 문득 문득 생각이 떠오르고 행동으로 잘 옮기시는 분들! 추천합니다.

 

‎링크 : Be Focused - Focus Timer

 

‎Be Focused - Focus Timer

‎Staying on task seems is a real challenge for our screen-bound generation. The Be Focused lets you get things done by breaking up individual tasks among discrete intervals, separated by short breaks. It’s a surprisingly effective way to retain motivation

apps.apple.com

이제는 영어 포스트를 쓸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래머리의 힘을 빌리면... 할 수 있지 않을까? 1년짜리 끊어놨으니까 알차게 한 번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조만간 행동으로 옮겨보는 걸로! 💪


새로운 문화적 경험들 🤣

공부하러 왔는데 술을 주다니

스탈링 뱅크 후기에도 언급을 했었는데... 공부를 하러 왔는데 맥주, 와인이 있는 거 보고 나의 유교걸 심장이 덜컹 했다. (역시 서양(?)은 다르네...) 다들 맥주나 와인을 들고 세션 전에 어찌 모였는지 몇 명씩 그룹을 지어서 얘기를 가볍게 나누고 있었다. 컨퍼런스에서 옆 사람에게 말을 시키는 건 '저 화장실 다녀올 건데... 혹시 자리에 계실 거면 제 노트북 잠시 봐주실 수 있을까요...?'뿐이었던 나에게 프리 토킹의 시간이 강제되었다.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너무 놀랐고... 그런 네트워킹 시간을 세션 전과 후에 넉넉하게 1시간씩 넣다니 내츄럴 본 뽀삐인 나였지만 너무 부담되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두세 번 정도는 스몰 토킹을 하면서 영어에 대한 긴장도 좀 풀어볼 수 있었다.

한 번은 기술 발표 세션 끝나자마자 후다닥 나가려는데 '호스트를 존중해주기 위해서 우리 네트워킹 시간에 집에 가버리지 말고 자리 지켜주자!'라고 하는 공지에 잠시 동공 지진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치만 집에 갔다. 나가는 길에 그 말 한 관계자랑 복도에서 마주쳐서 정말 머쓱했다. 그렇지만 절 이만 보내주세요.

How are you? - I'm good! Thanks! How are you?

이 세상에 How are you?의 배리에이션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헤드헌터들과 전화하거나 슈퍼마켓에서, 짐에서, 어딜 가도 자꾸 나의 안위를 궁금해 한다. 한두 달차에는 적어도 두 번은 말을 더듬고 대답을 했는데 몇 번 겪고는 누가 물어보기 전에 내가 선 How are you?를 하고 그 사람이 대답 하면 그 대답을 카피해서 내가 다시 대답했다. (올ㅋ) 난 오늘 내가 어떤지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 때문에 상대방 답변을 카피해서 바로 사용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제는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서 대답하긴 하지만 정말 초반 한두 달에는 듣기만 해도 얼었었다. 근데 가끔은 여기 사람들도 뭔가 습관적으로 물어보고 내 대답에 관심이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기 전에 한번 깔아주는 인삿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약간 우리나라의 '어, 잘 지냈지? 언제 밥 한 번 먹어야지.' 느낌이다. 단지 데일리로 할 뿐.

세미나에서는 특히 스몰 토킹을 할 기회가 많은데 주로 다른 사람들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약간 내가 런던 개발자 생태계에서는 희귀한 카테고리(아시안 + 개발자 + 여자)에 속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아예 스몰토킹 하라고 판을 깔아주는 경우도 있었다. 옆자리 사람이랑 인사 나누라고...

'K-예배 레파토리인 줄 알았는데 내가 여기 와서도 이걸 하는구나...'

보통 일찍 도착해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편이라 내 주변에 사람들이 늘 있었는데 이렇게 소소하게 대화를 하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특히 안드로이드 세미나인데 다양한 포지션의 사람들이 참석하는 걸 알고는 좀 놀랐다. 나는 안드로이드 개발자니까 안드로이드 세미나만 참석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시야를 넓히려고 다양한 분야의 세미나에도 오는 걸 보고 오! 싶었다. 그렇게 하나 더 배웠다.


내가 이제껏 포스팅했던 글 중에서 제일 tmi가 심한 것 같다. 런던에서의 쪼무래기 안드로이드 개발자의 100일 회고 끝.

 

 

 

여러분 그래도 이런 마이크로 Useless 정보가 나중에 어디에 쓰이긴 쓰입니다! (당당)

또, 앞으로 짜잘한 런던 생활은 트위터로 더 많이 공유할 예정입니다.

팔로우 환영합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