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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개발자 생활(이젠 백수X) 200일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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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못된 버릇이다. 개발 관련 글을 쓰려고 하면 꼭 비개발 관련 글을 먼저 쓰고 싶어진다. 그래서 오늘은 영국에 온 지 200일 기념으로 회고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오랜만에 글을 쓴다. 개발적인 내용 정말 1도 없다. (싹 잡담에 tmi입니다.....)

 

 

  Easing lockdown이 된 후 템즈강 산책로 사진

 


그래서 취업은?

사실 100일차 때 회고를 작성하면서 이미 최종 합격을 받은 상황이었는데,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설레발을 치고 싶지 않아서 꾹 참았다. 네!!! 저 취업했어요!!! (덩실덩실) 약 4-5차? 4.5차의 인터뷰를 뿌신 끝에 취뽀를 했다. 처음에 연락을 준 사내 리크루터가 시니어 롤을 먼저 제안해 와서 '시니어...? 그건 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인터뷰란 인터뷰는 다 잡아서 해보고 있었기 때문에 오퍼를 받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만 2년이 조금 넘는 경력은 주니어나 미드 레벨이 맞다고 생각해서 기대는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에게 맞는 롤로 조정을 해줄 테니 다음 스텝으로 가는 거 어떻겠냐 먼저 제안을 해줘서 나도 모르게 진심 가득 '그거 진짜 너무 좋다'고 대답하며 다음 스텝으로 계속 넘어갔고, 마지막 단계인 시니어 개발자와 페어 프로그래밍 + 매니저와 제너럴 인터뷰를 하고 다음 날에 바로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입사 후 쭉 재택으로 일을 하고 있어서 나를 실제로 본 사람들은 매니저 둘과 페어 프로그래밍 했던 시니어 개발자 한 명... 코로나 때문에 정말 신기한 경험을 참 많이 하고 있다.


배운 것들 📚

Multi-module + Clean architecture

입사를 하자마자 모두들 주니어를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Materials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DM으로까지 메세지 보내면서 이거랑, 이거랑, 하면서 하나하나 챙겨주는 모습에... 안 할 수도 없어서 입사 후 지금까지 주말에 못 쉬었다는...)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는 거 생산적으로 보내자! 생산적인 주말 = 미니 김장하고 공부까지 한 주말 공식이 생성되었다. 시니어 한 분이 추천해준 사이트에서 Multi-module과 Clean architecture 전반을 다룬 영상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고 처음에 느꼈던 프로젝트 아키텍쳐의 압박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TDD + CI/CD

TDD에 대한 경험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분명 Mockito와 Espresso를 공부했지만 긴장이 되었다. 특히나 인터뷰 마지막 단계에서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그 와중에 mock을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등등 시니어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전반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조언해줬던 게, 인터넷에는 엔터프라이즈에서 쓰는 그런 TDD에 대한 정보들이 많이 없어서 어차피 오면 엄청 다르다고 느낄 거라고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입사 후 본 테스트 코드는... 🤯아찔했다.

CI/CD는 직전 직장에서는 쓰지 않았지만 전전 직장에서는 아주 잠깐 썼었고,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bitrise를 정말 가볍게 사용했던 것이 전부였었다. 입사를 해서 여러 국가를 상대로 한 서비스를 하는 큰 기업에서는 어떻게 배포를 관리하는지, 개발자들의 작은 반복 업무들을 어떻게 자동화 시킬 수 있는지를 보고 정말 말 그대로 'It is... a whole new world...'라고 했다. (이런 말 할 때 Giphy로 짤 첨부 필수 😉) 한편으로는 쪼무래기 개발자로서 2년 경력에 비해서는 조금 더 굴러봤다고 고생부심(?)이 있었는데 민망 머쓱... 아직도 배울 게 오조오억 개 정도 남았다는 걸 느꼈다.


배워야 할 것들 + 개선해야 할 것들 🔨

입사하고 나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역시 소통이다. 한국말로 하면 이런데, 내가 이렇게 영어로 말하면 예의 없게 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고 있다. 그래서 밥 먹을 때 '이렇게 얘기 해도 돼요? 이런 말 써도 돼요?'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확인을 받는다.

또 업무 중에 우리 팀이나 회사에서만 쓰는 독특한 용어들이 많아서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아침 미팅 때 들리는 모든 영어와 용어를 받아 적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다양한 영어 발음들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직 먼 것 같다. 우리 팀이 하는 말은 잘 들리는데 다른 팀과 섞인 미팅에 참석할 때는 진짜 😵이러고 있다.

스피킹은 진짜 아주 최근에서야 주변에서 단어를 하나하나씩 줍줍해서 쓰기 시작했다. 오, 이럴 때 이렇게 말하네... 하면서 공책에 적어 두고 다른 개인 블로그에 오늘 들렸던 표현 같은 걸 정리해서 써먹을 타이밍을 기다린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들어주는 팀원들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정말 개선하고 싶은 것은, 영어로 말할 때 자신감이다. 진짜 십 년 넘게 한국에서 문법의 노예로 살아와서 그런지 말할 때마다 문법이 너.무.너.무 신경이 쓰인다. 막상 내가 틀리게 말해도 아무도 나를 판단할 사람이 없는데도 스스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랬듯 방법을 찾겠지...

 

 

 


새로운 경험들

팀 분위기

한국에서 짧게 다닌 회사도 있고 그나마 내 경력에서 길게 다닌 회사들도 있는데 공통적인 느낌은 '시니어 개발자가 하는 얘기'를 내가 완벽하게 안 따르면 안 될 것 같은 괜한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의견을 냈을 때 상대적으로 당연히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말이 우선이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다. 그냥 왠지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의 잘못을 말하기가 힘든 분위기였다.

영국에 와서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내 의견 또한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존중 받는 것이다. 주로 내 업무에 대해서 상의를 하다보면 '그래서 생각/방법은 뭔데?', '그래서 니가 생각하기에는 어떤 방향으로 가면 될 것 같아?', '이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니가 더 많이 아니까, 그렇게 해봐!', '한 번 해봐!' 이런 얘기들을 듣는다. 내 업무에 대해서 의사결정권은 나에게 있다는 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또, 내가 주니어라서 그런지 시니어들이 뒤를 받쳐준다는 느낌이 가끔 너무 절실했는데, 우리 팀이 나 빼고 다 시니어라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가 잘 형성 되어 있다. (문화적 차이라기 보다는 회사/팀마다의 분위기도 큰 몫을 하기 때문에 굳이 영국의 분위기라고는 단정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

Work from home

시국이 시국인지라 한국에서도 많은 회사들이 재택을 했다고 알고 있다. 영국은 락다운이 되면서 재택근무이 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재택근무을 하도록 강제가 되었는데, 내가 입사를 했을 때는 이미 모든 개발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출근 첫 날에 랩탑을 받으러 회사에 갔을 때, 방문자 센터에서 열 검사를 해야 회사 캠퍼스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업무에 필요한 물건들을 인수 받고 다음 날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제대로 해보는 재택근무인데다가, 첫 출근이어서 긴장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걱정이 무색하게 회사가 재택 근무를 위한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었다. 락다운 전에도 재택근무를 주 3회 정도 하는 사람도 있었고, 거의 재택 근무를 하는 개발자도 있었기 때문에 메신저나 화상/음성 회의 등을 통해서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이 되어있었고, 특별히(?) 내가 입사했으니 매니저가 비디오콜을 하자고 해서 팀원들의 얼굴을 보고 인사도 했다. 진짜 새로운 경험이구나... 싶었다. 코로나가 만들어 낸 특별한 경험이었다. 미팅 전 방청소를 해야 한다는 건 큰 단점이다... 팀원들이 거의 가정이 있는 것 같은데, 재택근무가 가정이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너무 좋은 것 같다. 가족들과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다는 게 가족 중심 사회인 유럽에서 큰 메리트인 것 같다.

 


진짜... 진짜 다음 글은... 개발 글이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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